RM - Right Place, Wrong Person(2024) 리뷰 (2024)

2023년 11월 22일, @rpwprpwprpwp. 모두가 마침내 굳게 걸린 일곱 문고리 중 하나가 열린 것에만 그저 환호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작금에 도달하여, 계정명의 진의를 알게 된 이들은 지난 반 년 간의 시간을 어떤 이미지로 상기하고 있을 것인가? 화보집, 사진전, 다큐멘터리, 혹은 상담일지. 앨범이 그 진모를 공개한 현재 마지막 항목에 가장 끌리는 1인으로서, 폴라로이드 질감으로 포장된 그의 고행은 해외 팬들의 애정 섞인 허언들로 장식되기엔 너무나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10년 간 아이돌 활동을 하며 이제야 겨우 정식으로 솔로 아티스트 활동을 시작한 이의 소포모어가 그 정도의 호흡을 잡고 소개되어야 묻는다면, 그렇다. <Right Place, Wrong Person>은 모든 면에서 예상범위를 아득히 능가하는 작품으로 귀결되었다.

<Indigo>는 솔로 아티스트 알엠(RM)의 커리어에 있어 방점 이상의 극점과도 같았다. 오욕과 편견의, 그리고 자기 자신들과의 싸움이었던 10년을 가장 '예술가다운' 방식으로 돌파해낸 것은 역시나 가장 성숙해야만 했던 리더였다. 윤형근의 가치관에서 시작해 박지윤의 위로로 끝난 열 갈래의 남색 길은 그의 행보를 일거수일투족 관찰하던 팬들만이 느낄 수 있던 감동을 그러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선사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는 완결된 서사 위 자신을 보다 쌓아올리는 대신 오히려 붕괴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보다 난해하고, 보다 작가주의적인 작품. <Right Place, Wrong Person>은 단순 인상으로도 그 어떤 케이팝 솔로 아티스트의 앨범보다 강렬하지만, 음악적으로 분석하고 해체할 시 훨씬 흥미로워진다.

본작의 인트로인 "Right People, Wrong Place"는 과장을 약소히 섞어 <Kid A>나 <IGOR>의 인트로를 연상케 한다. 화려한 신스 프로그래밍 위 작품의 테마어들을 병치식으로 제시하며 포괄적인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이 곡은 놀라움의 시작에 불과하다. 독특한 베이스 라인으로 시작해 중반부의 기타 변주로 전율을 자아내는 "Nuts"와 그로부터 매끄럽게 이어지는 얼터니티브 힙합 싱글 "out of love"는 장르적인 프로덕션과 적나라한 표현들로 청자들을 충격케하거나, 혹은 매료시킨다. 그런데 앨범은 비단 그에서 그치지 않고 더 폭넓은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예측 불가능한 재즈 퍼커션 사운드가 혼돈스럽게 뒤엉키는 가운데 명료한 소리들이 순간 조명을 집중시키는 영리한 연출의 "Domotachi"와 한국 아이돌 음악 최초로 슈게이징 사운드를 일부 도입한 얼터니티브 락 트랙 "Heaven"이 대표적이다. 한 음반 내에 앱스트랙 힙합, 프로그레시브 재즈, 슈게이징, 인디 락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그들이 발하는 색채는 궁극적으로 하나와 같다. 기현상이라면 기현상이라 할 수 있는 혼합적 프로덕션에서 앨범의 주도권을 잡는 동력은 그 근원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

알엠은 <Right Place, Wrong Person>을 기획할 순 있었으나, 그를 홀로 이룩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애당초 그럴 생각조차 없었을 것이다. 주로 스스로와 하이브 내에서 인력을 충당했던 전작과 달리, 알엠이 갈구하는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그가 염원하는 독립 음악가의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이들의 조력이 필요했다. "섹시느낌"으로 알엠과 연을 맺은 Balming Tiger San Yawn의 총괄 하에 정크야드, Mokyo, 까데호의 이태훈, 실리카겔의 김한주, 김아일, Jclef 등 한국 인디 씬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이룬 하나의 'Team RM'은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마찰 없이 조화를 이루는 저력을 선보인다. 얼터니티브 음악의 귀재들이 총집합해 집단지성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Right Place, Wrong Person>의 송캠프는 박쥐단지의 그것과 교집합을 지니는데, 상이한 디렉팅으로 인해 하나는 재즈 랩, 하나는 일렉트로닉 음악이 되었다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반가운 얼굴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앨범 곳곳에서 존재감을 발한다. 요컨대, Balming Tiger의 감성을 장착한 채 일본어로 코러스를 부르는 김한주와 김아일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혹은 DOMi & JD BECK, 김한주, Rad Museum이 각자만의 리듬과 멜로디를 연달아 수놓는 광경은? 본작은 소소하지만 꿈과 같은 순간들을 수없이 선사하곤 한다.

또 한편으로, <Right Place, Wrong People>은 해외 음악 프로덕션의 전문성을 한국 음악이 바짝 따라잡고 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혹자는 본작을 Tyler, The Creator의 <IGOR>, Lil Yatchy의 <Let's Start Here.>과 비교하기도 하고, Thundercat, Earl Sweatshirt, BADBADNOTGOOD, BROCKHAMPTON 등의 이름을 운운하기도 한다. 평소 해외 음악을 즐겨듣는 알엠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영향을 받거나 나아가 레퍼런스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Nuts"와 "Groin"의 베이스는 Thundercat이 아닌 이태훈과 김한주의 것이고, "LOST!"의 인트로 보컬은 <IGOR>의 Tyler가 아닌 Jclef의 목소리이다. 해외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사운드를 메인스트림 팝에서뿐 아닌 인디 음악에서까지 현지화했다는 성과 또한 본작의 것으로 포함시킬 만하다. 1년 전 "K-라벨은 우리 조상들이 싸워 쟁취한 품질보증서"라며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표했던 알엠의 발언이 순수히 음악적 결과물로 입증되며 그 찬란한 광휘를 더해내는 대목이다.

때문에 알엠 본인의 역할이 더욱 아쉬워진다. 앨범의 창작자, 작가, 큐레이터로서 그는 좋은 각본을 집필했고 좋은 원소들을 배치했지만, 그가 주연으로서 앨범 전반을 영도하진 못했다. 그가 본작의 음악성을 타 음악가들에게 전담하게 하고 오직 앨범의 주인공이 되는 길을 택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더욱 안타깝다. 알엠 본신의 랩 실력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나, 국내 힙합 전체를 통틀어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프로덕션의 성과에 비교한다면 MC나 보컬리스트로서의 그는 명백히 기준 이하이다. 그에게 Earl Sweatshirt, billy woods, MAVI 등의 재능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해도, 게다가 그의 랩 메이킹은 상당히 대중적이기까지 하다. 익스페리멘탈에 가까운 프로덕션에 비해 오랫동안 정통 래퍼 혹은 팝 랩 퍼포머로서 활동했던 알엠의 플로우는 탈관습에서 오는 미묘한 쾌감을 주기엔 너무나도 안정성에만 안주하고 있다. 분명 이전보다 발전했음에도 프로덕션과의 수준 차이가 명백하기에 발생한 비의도적 사고이다.

반면 작가로서 그의 역량은 여전, 아니, 오히려 더욱이 일취월장했다. <Indigo>의 자전적이고 묘사적인 작사는 허물을 탈피한 후 공격성과 난해함을 더 했으며, 추상적인 표현과 배치로 해석의 여지를 크게 남긴다. 일례로 "Groin"의 첫 벌스는 직설적인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아티스트의 실제 배경과 화학적으로 반응하며 범상치 않은 무게감을 갖추게 된다. 또한 앨범의 대부분이 영어로 작사되었다는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알엠 본인의 영작이 왠만한 교포에 버금갈 정도로 출중하기에 크게 어색하지 않기도 하지만, 영어 가사는 그보다 더 큰 이점을 내포한다. 알엠 특유의 중저음 톤과 뭉툭한 딜리버리는 한국어보다 영어에 더 최적화되어 있어 플로우가 한 층 더 유연하게 들릴 뿐 아니라, 서사적으로도 한국 문화권과 서부 문화권 정중앙에 위치한 알엠 본인의 "Wrong Person" 자아를 더욱이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퍼포머 알엠의 기능이 뚜렷히 장단점을 남기는 반면, 전 세계의 음악 트렌드에 능한 기획자 알엠의 감각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전작에 비교해서도 몇 안되는 피처 아티스트들은 작품의 필수 부속을 자처하기라도 하듯 하나 같이 인상적인 활약만을 남긴다. 그 중 최고는 당연하게도 "Domodachi"의 Little Simz이다. 같은 1994년생의 래퍼로서 동년배의 그 누구보다 우수한 디스코그래피를 축적한 그녀는 압도적인 랩 스킬에서 표출되는 위상으로 RM이 향해야 할 미래를 암시하고 있는 것만 같다. 사실 함의된 의도 등을 제하더라도, 그녀의 벌스는 그저 그 자체로 훌륭했다. j-hope의 "on the street" 속 잔뜩 허기진 J. Cole과 달리 Little Simz는 정확히 16마디의 지시만을 수행했고, 오직 영국 힙합의 여왕만을 위해 준비된 드럼 브레이크 위에서 전력을 다해 질주함으로써 곡의 격을 백분 증배시켰다. "Around the world in a day"의 Moses Sumney 또한 네오 소울에 최적화된 관능적인 가창으로 알엠이 추구하고자 했던 장르미를 톡톡히 배가했다.

"Nuts"의 변주, "Domodachi"의 Little Simz, "Heaven"의 슈게이즈, "Around the world in a day"의 폭발은 분명 단순한 배치만으로 큰 청취 가치를 띄는 순간들이다. 그러나 좀 더 관조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더 촘촘하고 작은 규모의 배치들이 눈에 띄며 'Right Place', 'Wrong Person'은 콜라주화된다. 때로는 비주얼로, 때로는 언어의 이질감으로 암시되는 작품의 테마는 인간 김남준으로서의 방황을 의미하기도, 혹은 인디 음악을 지향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돌 신분을 가진 그의 정체성 혼란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그의 개인사는 외부에 비쳐지는 것보다 훨씬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미 6년 전 한 차례 해체를 생각했을 만큼이나 평범한 20대 남성으로서는 벅찬 삶을 살고 있던 김남준이 코로나 시대를 지나 맞이한 30대에 느낀 회의감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방탄소년단에게 알엠은 더할 나위 없이 모범적인 리더였으나, 정작 김남준의 자아 실현에 있어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은 완벽하지만은 않았다. 그것은 분명 현재 각자만의 아티스트리를 조각하는 타 멤버들에게도 마찬가지였겠으나, 예술적 비전이 유난히 비대했던 알엠에게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뜻하지 않게 팀의 입장을 대표해야 했고,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지적 성취와 예술의 삶을 뒤로 한 채 '세계 최대의 보이밴드'와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라는 칭호가 지우는 부담감만을 두 어깨와 가슴에 짊어진 채로 살아가야 했다. 때문에 그는 일부러 신경질적으로라도, 혹은 유치하게 젊은 그에게 부가된 짐을 떨쳐내야 했다. 그는 오래 전 놓은 자기 자신의 손을 다시 잡아야 했다. 때문에 본작은 어떤 면에서 Kendrick Lamar의 <Mr. Morale & The Big Steppers>와 유사한 성격을 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종합적으로, 수많은 전문 장르 음악들의 광풍을 지나 맞이한 "Come back to me"의 간결함이 오히려 더 중요해지게 된다. 오혁이 Sunset Rollercoaster의 Kuo와 함께 자신의 초기 스타일대로 제작한 이 인디 락 싱글은 앨범 내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평이하나 동시에 가장 큰 무게추를 달고 있다. 페르소나와 자아의 수용, 부담을 내려놓은 그의 목소리, 가장 이상적인 6분 간의 해피엔딩. 바른 자세로 살아가기 위해 자유라는 가치를 억제하고 있던 인물이 마침내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인정받는 순간. 모든 '나'를 근원으로 회귀시키며 세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도 되지 않다며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이 트랙이 싱글로 발매되었을 때보다 <Right Place, Wrong Person>의 커튼콜로서 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이다.

San Yawn에 따르면 김남준/알엠은 '모순적인 캐릭터'라고 한다. 표현을 일부 수정한다면, 그는 '다면적인 사람'에 보다 가깝다. 솔직한데 감추고, 활발한데 집에 있고 싶어하고, 차분한 걸 좋아하지만 시끄럽고 싶어하고, 섬세한데 허당이고, 멋있는데 바보 같고, 그런 비유가 잘 어울리는 사람. 그리고 이는 그만의 고유적인 속성이 아닌, 인간이라면 당연하게도 지니는 보편성에 가깝다. 생명은 선악이나 시비로 정의되기엔 너무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집합체이다. 때문에 그는 틀리지 않다. 그저 다를 뿐이고, 끝내 틀리지 않다. 그리고 가장 개인적이어야 할 작품을 다원화된 종합예술적 프레임으로 연출했다는 대목에서, 이미 그는 모든 정답을 위한 문을 열어둔 것만 같다.

7.9/10

최애곡: Domodachi

-Nuts

-Heaven

RM - Right Place, Wrong Person(2024) 리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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